2024 홋카이도 마라톤 후기, 내 인생 첫 번째 일본 마라톤

2024년 8월 25일 삿포로에서 열린 홋카이도 마라톤에 참가한 후기입니다. 10km, 하프, 풀코스 모두 합쳐 20회 이상 완주한 경험이 있지만, 홋카이도 마라톤은 정말 특별했고 좋은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시간은 오래됐지만 이후에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이 홋카이도 마라톤 후기 포스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홋카이도 마라톤?

2024년-홋카이도-마라톤

홋카이도 마라톤은 일본에서 유일하게 8월 달에 열리는 대회입니다. 삿포로의 시원한 기후가 아니었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죠. 기온이 매우 높은 도쿄나 오사카에서 8월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면… 생각만해도 몸이 녹아내리네요.

하지만 삿포로도 8월은 덥습니다! 아침, 저녁은 선선하지만 대회 시간대는 상당히 뜨거워요. 그 당시 가민 데이터를 보니 평균 온도는 33도였습니다. (참고로 2019년은 20도, 2022년은 25도, 2023년은 30도 가량 이었습니다.)

더운 날씨였지만, 대회 측에서는 급수대를 늘리고, 코스 곳곳에 샤워 포인트를 만들었으며, 25km 지점에서 더위를 식히라고 주먹만한 아이스볼을 지급해줬습니다.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대회 접수 정보

홋카이도 마라톤은 매년 8월에 대회가 열리며 접수는 3~4월에 진행됩니다. 참가하실 생각이 있다면 미리 계획 하셔야 합니다. 2024년 대회는 3월 31일국외 거주자 참가 신청을 받았습니다. 보통 2만 명 정도 참가하는 대회인데, 국외 거주자는 선착순 500명만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참가비는 22,000엔이었는데, 그 당시 환율로 224,484원에 결제했었습니다.

※참가 신청은 런 재팬(구 런넷 글로벌)에서 할 수 있습니다. 홋카이도 마라톤 이외 일본에서 열리는 모든 마라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회 전날 (엑스포)

홋카이도 마라톤은 대회 전날까지 엑스포에 가서 대회 접수를 완료하고 참가 물품을 받아야 했습니다. 엑스포는 삿포로 랜드마크 오도리 공원에서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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홋카이도-참가물품

배번과 안내 책자, 광고지가 있었고 특이하게 즉석밥을 하나 줍니다. 아침에 밥 든든히 먹고 오라는 건가 봅니다. 짐 보관용 비닐 가방이 하나 있었고, 배번이 적힌 스티커를 비닐 가방에 붙이면 됩니다.

배번은 2장으로 옷 앞뒤로 부착해야 하며, 기록 측정 칩은 배번 종이에 부착되어 있어 신발에 달지 않아도 됩니다. 그리고 무더운 날씨를 이겨내라고 펀치 쿨을 하나 받았습니다. 주먹으로 팡팡 치면 잠시 시원해지는 물건입니다. 이거 덕분에 레이스 초반에 2만 명의 펀치 소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홋카이도-기념품

그때 받은 기념 티셔츠입니다. 달릴 때 입는 소재는 아니고 평상시에 입고 다닙니다. 뒷면에 프린팅된 42.195 숫자에 어깨가 으쓱해지지만 주위 사람은 아무도 모릅니다.

빵

삿포로 빵 맛집이라고 해서 가봤습니다. 대회 전날 마지막 카보로딩을 끝내버렸습니다.

대회 당일

삿포로-오도리공원
오도리공원

드디어 대회 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잠을 설쳐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일본에서 처음 참가하는 마라톤이라 기분은 마냥 좋았습니다! 화장실이 곳곳에 있었지만 사람이 많아 줄은 길었습니다. 인원은 많았지만 질서가 잘 지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홋카이도-마라톤-코스
코스

코스와 고저도, 보급 위치 등이 종합적으로 나와있는 사진입니다. 오도리 공원을 시작해 외곽 지역을 한번 찍고 다시 도심으로 돌아오는 코스였습니다. 큰 빌딩 숲부터 한적한 주택가까지 아름다운 일본 풍경을 만끽하며 달리기를 할 수 있었습니… 사실 뻥이고, 힘들어서 앞사람 등밖에 안보였습니다. 고저도를 보면, 초반부 오르막길 말고는 거의 평탄한 코스였습니다. 굿!

코스 초반은 생각보다 더운 날씨에 땀이 많이 났었고, 펀치쿨을 급하게 뜯어서 얼굴과 몸에 갖다 대며 달렸습니다. 일본까지 와서 왜 이러고 있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몸이 좀 풀리고 나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일본 마라톤은 참가비는 비싸지만 주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느껴졌습니다. 일단 급수대와 화장실, 보급대가 너무 많습니다. 사진으로 세어보니 29개의 화장실, 17개 이상의 급수대가 있었습니다. (물론 더운 날씨였기에 더 추가한 부분이 있습니다.)

water-station-signs
급수대

이렇게 급수대마다 물 테이블, 이온 음료 테이블, 간식 테이블이 몇개 인지 미리 체크할 수 있게 해준 점도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음식이 다양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바나나, 방울토마토, 단팥빵, 도라야끼, 초코빵, 소금캔디, 콜라, 젤리 등등 한국 마라톤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이었습니다. 같은 해 대구 마라톤에도 참여했었는데, 아니 무슨 동물원에서 원숭이들이 탈출했는지 코스 후반까지 바나나만 주구장창 잘라놓았더라구요?? 일본 마라톤은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ㅜㅜ

20km 정도 지점의 급수대였습니다. 주자들이 열을 식히고자 너도나도 몸에 물을 뿌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급수대에서 물을 따라주는 스태프가 물컵을 손에 쥐어주는 게 아니라 그냥 주자들 몸에 촤락 뿌리고는 서로 빵터집니다.🤣 재밌는 상황이었죠. 심지어 일본 주택가를 지나는 코스였는데, 집 주인 아저씨가 나와서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서 그냥 대놓고 샤워를 시켜줍니다. 세상에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습니다.. 화분이 되고 싶었어요..

prepare-for-heat
더위-대비

더운 날씨에 대비한 대회 측의 준비입니다. 펀치 쿨, 2km 급수대, 9.5km 샤워 미스트, 24.8km, 28.2km 샤워 포인트, 급수대 추가, 스폰지 추가, 왕 얼음 제공입니다.

샤워 미스트, 샤워 포인트가 있어서 시원하게 몸을 적실 수 있었습니다. 신발이 젖어서 불편했지만 더워서 어쩔 수 없었네요. 25km 지점에서는 얼음공을 하나씩 줍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동그란 물체가 snow balls 이라고 적혔지만, 눈싸움할 때 던졌다간 대참사가 날 수 있는 큰 얼음 덩어리입니다. 그냥 얼굴하고 몸하고 다 비벼댔습니다.

25km 지점은 거의 파티였습니다. 얼음도 주고 콜라도 주고 초코빵도 주고 비타민 음료도 줍니다. 기록이 정체되는 구간이었습니다. 마음 같아선 배깔고 눌러 앉아 빵먹고 콜라 리필 받으면서 사람 구경이나 하고 싶었지만, 아직 겨우 25km.. 아직도 반이나 남았네?? (긍정적인 사고임)

홋카이도 마라톤이 내 인생 두번째 풀코스였는데요. 연습이 부족하다보니 다리에 쥐가 좀 났었는데, 25km에서 주는 얼음을 하프 타이즈 안에 넣어서 얼음 찜질을 하니까 좀 괜찮아졌습니다. 그리고 2만 명이 다 얼음을 끝까지 들고 뛰진 않겠죠.? 땅에 떨어진 얼음을 주워다가 허벅지에 냉찜질을 하면서 버텼습니다. 다리 뿐 아니라 뇌도 마비 시키고 싶었습니다.

30km 이상 지점에서 자원봉사자도, 스태프도 아닌 일반 시민들이 콜라, 물, 파스를 가지고 주로에 계신 게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생명수 같은 물과 콜라를 얻어 마시면서.. 감사합니다 라고… 한국말로 해버렸지만 감사한 마음은 전달됐을겁니다.

마지막 10km는 그냥 무아지경으로 달렸던 것 같습니다. 첫번째 마라톤은 후반부에 좀 걸었지만, 두번째인 지금은 한번도 걷지 않고 끝까지 달렸습니다. 코스 후반부는 홋카이도 대학 안을 뛰었는데 경치가 이국적이면서도 좋았습니다. 조깅 및 산책 코스로도 지역에서 유명하다고 합니다. (사실 땅만 보고 달림)

그렇게 다시 출발지점 오도리 공원으로 돌아왔고,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습니다. 너무나도 덥고 힘들었지만 첫번째 마라톤보다 기록도 좋아졌고, 일본에서 마라톤을 완주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밀려왔습니다.

홋카이도-마라톤-메달
완주-메달

그렇게 홋카이도 마라톤을 무사히 끝냈고, 3개월 뒤에 열린 후쿠오카 마라톤에도 참여하게 됩니다.